▲ 김용필 소설가
나는 남해 고도에 숨겨진 바타비아의 황금을 찾아서 솔개섬(소리도)으로 들어갔다.
바타비아의 황금은 네델란드의 인도네시아 동인도 주식회사 바타비아가 잃어버린 보물이었다. 엘도라도의 황금 같은 바타비아의 황금이 숨겨진 곳은 여수의 안도와 연도를 말한다.
그 황금이 솔개섬(연도)의 어느 해저 동굴에 숨겨져 있단다. 아무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 두 섬 중 한 곳에 엄청난 황금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보물섬은 여수에서 배를 타고 가는 어느 섬이었다. 소문은 안도의 동고지 백금만이 아니며 연도(소리도)의 상괭이 굴속에 묻혔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벌써 600년 전 이야기다. 그런데 그동안 수만을 사람들이 바타비아 황금을 찾으려 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가곤 하였다.
정말 연도나 안도에 엘도라도 황금이 있을까, 난 그 황금을 찾겠다고 막연한 기대로 얼간이 같은 생각으로 연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소리도의 엘도라도의 황금은 3가지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바타비아 황금, 콜차크 황금, 박영규 황금이었다. 아무튼 3가지 설로 전하는 보물섬 황금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첫 번째 이야긴 후삼국 초기 순천의 부호 박영규가 신라 해상왕 장보고의 후예를 자청하며 여수 안도에 무역기지를 만들고 해상왕이 된 후 안도에 무역항을 두고 신라, 일본, 송나라 무역을 독점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그는 무역으로 벌어드린 엄청난 보물을 안도의 황금 만에 숨겼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긴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퇴출당한 니콜라이 2세가 엄청난 황금을 카잔으로 옮겨 숨겼는데 적군과 백군의 전쟁에서 백군의 콜차크 사령관이 황금을 블라디보스톡으로 옮기는 중에 일본군이 탈취하여 본국으로 옮기던 중에 울륭도 근해에서 황금을 실은 함선이 침몰당해 콜차크 황금이 사라졌는데 일본군 해군 함장이 침몰을 가장하고 황금의 일부를 훔쳐 솔개섬(소리도)솔팽이 수중 굴에 숨겼다는 것이다. 그 비밀을 안 일본 정부가 솔개섬에 와서 도굴해 갔다는 설도 있고 찾지 못했다는 설도 있다.
세 번째 이야긴 1627년 네덜란드 동인도(인도네시아) 주식회사 바타비아 무역항의 일본 특파 주재원인 제임스 미첼이 일본의 데지마 무역분소에서 모은 황금을 몰래 인도네시아로 가지고 가다가 해적선에 갈취당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몰래 소리도의 쌍 코 굴에 숨겼다는 것이다. 미첼은 황금이 숨겨진 지도를 성경 속에 숨겨 바타비아를 통해 네덜란드로 갔다는 것이다.
그 후 50년 뒤 1682년 동인도 바타비아 회사원 하멜이 일본 데지마로 발령을 받고 와서 미첼이 숨긴 황금을 찾으려고 70여명의 선원을 데리고 남해안을 뒤지다가 제주도에 표류 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었다가 다시 강진과 순천, 여수에 분류되어 감금 생활을 하면서 비밀의 보물섬을 찾아다녔다는 것이다. 선원은 거의 죽고 하멜등 일부는 귀환했지만, 하멜 일행의 표류는 위장이었다. 그는 미첼의 황금을 찾으려고 왔다가 체포되었다.
보물섬 이야긴 수그러들지 않았다. 1970년 용산에 근무하던 네덜란드계 미군 장교가 여수 출신 카투사를 데리고 소리도에 와서 미첼의 황금을 찾으려고 했으나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담 이야긴 고려 개국공신 해상왕 박영규가 숨긴 황금은 고려 왕건이 찾아갔고 콜차크 황금은 일본 정부가 찾아갔으며 동인도 바타비아 황금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3 전설의 엘도라도 황금을 찾으려고 안도와 솔개섬을 기웃거리는 선원들이 많았다. 나도 그중의 한사람이었다.
나는 엘도라도 황금을 찾으려고 안도와 연도 여행을 하였다. 여수에서 배를 타고 금오도 여천항에 내려 자전거를 타고 트래킹 비렁길이 아닌 드라이 코스로 유송리 동남해안 도로를 달렸다. 대유에서 소유를 거처 우항리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고 안도대교를 건너 안도항에 도착하였다. 안도항에서 솔개섬으로 가는 배를 타려는데 배가 없어서 안도항에서 점심을 먹고 안도 순회를 잡았다.
안도는 기러기 섬이다. 주요 여행지는 안도항, 이야포항, 서고지항, 동고지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안도 섬 중앙이 호수 같은 바다가 있다. 호수로 들어서면 안도의 중심마을인 이야포가 나온다. 해상왕 박영규의 무역 본당이 있던 곳이다. 이야포엔 조개무덤이 많은데 원시인류 미라를 발견한 곳이다. 자전거를 타고 몽돌 해변으로 내달린다. 그리고 다시 동고지 황금만으로 달려 잠시 옛 추억을 되새긴다. 바로 엘도라도 황금이 숨겨진 황금만이다. 그런데 황금만은 누군가에 의해서 백금만으로 바꾸었다. 그곳이 백석 모래가 빛나기 때문이란다. 나는 백금만의 이곳저곳을 거닐며 해상왕 박영규의 보물창고를 찾고 다녔다. 있을 만한 곳을 가늠해 보지만 생각일 뿐 헛수고였다.
순천의 해상왕 박영규는 안도의 이야포항에 해상 무역 전진 기지를 두고 장보고의 청해진 해상로를 이용하여 무역을 하였다. 장보고는 신라와 당나라 일본, 남중국 교역을 관장했다. 그런 청해진이 해체된 후 남도의 해상 무역은 박영규의 승평무역단으로 흡수하여 맥을 이었다. 박영규는 송나라와 일본 무역권을 독점하여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고려의 개국공신이 되었다. 그리고 안도는 일본의 고승 엔닌이 당나라를 오갈 때 6개월씩 쉬어갔던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엔닌 일기를 정리하였다. 그렇게 보면 안도는 정말 진귀한 보물섬이었다.
.솔개섬 상괭이를 찾아요
다음날 서고지 항에서 솔개섬(연도)으로 가는 배를 탄다.
얼마나 그립던 섬인가. 내 소설 소리도 등대를 탄생시킨 섬이다. 솔개섬은 일본에서 당나라로 가는 뱃길의 중심 항로였다. 솔개섬은 연도라고도 하고 소리도라고 한다. 솔개섬이 솔섬으로 다시 소리섬으로 바뀌어 소리도가 되었다. 내가 찾는 곳은 덕포의 소리도 등대였다. 역포에서 자전거를 타고 연도의 소리도 항에 도착하여 먼바다를 본다. 연도엔 작은 여(바위섬)들이 엄청나게 만다. 여수란 말은 바위섬이 많은 물이란 뜻이다.
곧장 덕포에 이르면 소리도 남쪽 필봉산 아래 소리도 등대가 높이 솟아 있다. 소리도 등대는 대륭단과 소륭단을 앙쪽에 끼고 먼 남쪽 바다를 향하여 생명의 불빛을 보내는 곳이다. 바로 그곳 솔팽이굴과 쌍코굴의 어딘가에 바타비아 황금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쌍굴과 솔갱이 굴은 해저로 뚫린 수중 굴인데 해저로 끝이 연도를 가로질러 역포까지 이어졌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러나 조사자들의 이야긴 100m 굴이라 한다.
소리도 등대는 여수에서 가장 먼 바다의 이정표였다. 나는 진귀한 보물을 발견하였다. 내가 찾는 솔개섬의 보물은 바타비아 황금이 아니고 미소 천사 상괭이였다. 10여 년 전 내가 이곳 소리도 솔팽이굴에 상괭이 돌고래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상괭이가 솔개섬에 살고 있었다. 상괭이와 나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내가 소리도에서 소설작업을 하던 때 천사의 미소를 가진 상괭이는 유일한 친구였다.
솔팽이굴에 나오면 미소 천사가 나를 반겼다. 상괭이는 등지느러미가 없는 돌고래였다. 곱고 맑은 피부에 작은 눈, 큰 입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로 다가서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다. 상괭이는 황금보다 더 큰 보물, 이었다. 그 후 소리도를 떠난 후 상괭이를 잊고 살았는데 솔개섬 상괭이가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소리고 상괭이는 거의 사라지고 몇 마리가 남아 종족 번식을 하는 휘귀 어종이었다. 난 솔팽이 굴 앞에서 상괭이를 기다렸지만 상괭이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안타깝고 서글퍼진다. 진정 솔개섬 보물은 상괭이였다. 제발 상괭이를 볼 수가 있게 해 주세요. 기원해본다. 엘도라도의 황금을 찾듯 소리도 상괭이를 만날 꿈을 꾸며 기다릴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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