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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8-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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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유미 초대전, “길을 찾아서...”

율촌 도성 에그갤러리 12일 오푼

기사입력 2022-05-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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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유미 초대전이 여수시 율촌면 도성마을 에그갤러리에서 오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열린다.
 


  먼저 이유미 작업노트 <길을 찾아서...>를 살펴본다.

 

그동안 작업에서 인간의 정신과 마음에서 보여주는 온갖 감정들이 왜 그래야 하는지 인간이기에 겪어야 하는 즐겁지 않은 삶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 제주에 오면서 바람이 부는 대로 자라난 나무, 변화무쌍한 하늘의 구름, 빠져들게 하는 비취색 바다, 화산 분화구였다는 크고 작은 오름,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기암괴석, 무심하게 쌓여진 돌담, 빨랫줄에 걸려 있는 해녀의 잠수복, 바닷가에 있는 모든 것이 작업의 영감이었다. 그러나 그것뿐만 아니라 말하지 못한 상처, 잊히지 않는 슬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아픔, 알지 못했던, 잊고 있던 숨겨진 이야기인 제주의 비극적인 역사를 통해 마음 안에 숨겨져 있던 우리 집안의 가족사이면서 비극적인 역사를 마주하게 됐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제주에서 만났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감과 나의 가족사 - 나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한 은유적인 내용이다. 그 안에는 힘겹게 살아온 다양한 형태의 삶과 죽음의 번뇌와 허망함을 통해서 시대의 아픔과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과 죽음의 문제를 얘기한다. 그리고 삶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며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말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번 여수 에그갤러리에서의 전시는 나에게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여수는 제주의 비극적인 역사와 맞물려져 있다. 모르는 척 지나치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로 와서 그 진실의 보게 한다. 그리고 특히 도성마을과 에그 갤러리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나의 어리석은 어린 시절 편견에 대한 부끄러움이 맞닿았다.

 

도성마을은 생각보다 따사롭고 온화한 곳이다. 개발되지 않은 고졸한 시골 마을이다. 말하지 않으면 슬픈 역사는 없는 듯 한센인들을 위한 최초의 치료병원인 애양병원과 한센인들이 살던 마을이다. 어릴 적 한센병이란 말보다는 문둥병이라고 했고 도성마을보다는 소록도가 더 기억에 남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내가 먹던 계란이 문둥병 환자들에 의해 생산된 계란이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 한센병 환자들이 생계 수단으로 계란을 생산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의 얘기보다는 왜곡된 이야기로 계란을 먹으면 면역력 약한 어린이들은 문둥병에 옮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짓 정보로 충격을 받았다. 병이 옮아 얼굴이 뭉개지고 손이 떨어져 나가고 가족과 떨어져 저 멀리로 끌려간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그 얘기를 들은 이후부터 성인이 되고 한참 후까지도 계란을 안 먹게 됐다. 시간이 흐른 후 진실을 알게 되고, 계란을 볼 때마다 나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웠고 마음 한쪽이 편치 않고 늘 무거웠다.

 

새마을 운동을 불러 외치던 70년대 귀한 음식인 계란을 먹을 욕심에 나이 차이 많이 나던 오빠가 여동생을 놀리려고 한 얘기였다. 하지만 그 어린 동생은 아주 오랫동안 그것이 진실인 줄 알고 살아왔다. 무지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가 사실인 양 받아들여졌다. 잘못된 정보와 인식으로 나도 모르게 그들을 편견의 눈으로 보았다. 일그러진 외모로 인해 더욱 무서운 병으로 낙인찍었다. 쉽게 나을 수 있는 약이 개발되었는데도 너무 오랜 시간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서 차별과 편견의 냉대와 서러움 속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사는 삶이 쉽지 않았다. 병을 앓은 본인의 희생만이 아닌 가족 모두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비단 한센인들만의 문제겠는가. 우리가 잊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는 무수히 같은 일들을 반복하며 지내왔다. 삶의 불안과 고통, 죽음의 공포와 허망함을 고스란히 품에 안고 개인의 고통과 아픔은 그저 혼자만의 몫이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치유되지 않는 역사적인 상처들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고 지속되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문제들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일부에서는 세대 간, 젠더 간, 사회경제적 계층 간의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며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산 넘어 산이었고 역사는 진보의 수레바퀴가 아닌 제자리를 돌고 어떨 때는 뒤로 굴러가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과 혼재된 많은 정보로 인해 세상을 바로 볼 수 없고, 알면서 본인의 이기심에 따라 세상의 진실에 눈을 감고 있다. 시대와 세상이 바뀌면 이전보다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맞이할 줄 알았다.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은 늘 절망의 늪으로 빠진다. 하지만 나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처럼 우리 아들의 아들과 딸의 딸을 위해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나는 아직도 길을 찾고 있다.

어디가 목적지인지 알 수 없는 여정 속에서 만나는 모든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간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그 쉽지 않은 과정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길을 찾아가면서 인간 존재의 의미와 인생의 가치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몇 년 동안 막연한 공포와 불안한 시대를 걸어왔다. 또 지구 한편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서운 전쟁이 일어났다. 많은 매체에서는 게임 중계하듯 전쟁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야만의 시대가 도래한 듯 우리들의 삶이 힘들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이 무너지는 이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묻고 싶다.

 

  ◇ 이 유 미 ( LEE YOU MEE )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2020. 그들의 서사-용서하소서 (스페이스 자모, 서울)

2020. 그들의 서서-큰사람이 쓰러질 때도 있다. (제콥 1212, 서울)

2020. 그들의 서사 (갤러리 마리타임, 인천)

2020. 무가지보(無價之寶) (소노아트, 서울)

2020. 그들의 서사 (돌담갤러리, 제주)

2019. 누구라도... (세컨드에비뉴 갤러리, 서울)

2018. 그럼에도... (갤러리 세인, 서울)

2018. 지역네트워크 교류전-이상동몽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2017. 불가분(不可分) (룬트 갤러리, 서울)

2015. 바람이 불어도... (해녀박물관, 제주)

2010.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러리 반디트라소, 서울)

2008. “Trust in Me" (세줄 갤러리, 서울)

2006. The Black Dog-별과 함께... (갤러리 도스, 서울)

2003.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마로니에미술관, 서울)

2000. 현실의 서글픔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동화 (덕원 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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