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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4 오후 7:31:55 입력 뉴스 > 사설&칼럼

(김용필/여름의 공감)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



▲ 여수출신 소설가 김용필.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시간이었다.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를 들뜨게 하던 손님들이 와르르 철새처럼 빠져나가고 잠시 부두는 조용해지면서 술꾼이 하나둘씩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낮선 여행객들이다.

 

사실 나 역시 서울에서 여수 밤바다 낭만 포차의 멋진 낭만을 즐기려고 찾아 왔건만 북밖이처럼 자릴 차고앉은 손님들 때문에 그냥 서성이다가 자릴 못 잡고 나와 시내를 맴돌다가 뒤늦은 한적한 시간에 낭만 포차의 자릴 하나 얻어 잡고 해물 삼합에 홀로 술잔을 기울며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 여수밤바다 낭만포차 전경

 

이럴 때 술잔을 같이 기울 친구나 말 상대가 있었으면 얼마나 근사하겠는가. 언제나 나의 여행은 이랬다. 다시 손님이 떠난 포차에 뒤늦게 찾아온 손님들로 자린 메워지고 있었다. 해물 삼합, 문어와 전복 큰새우 묵은 김치에 덤으로 삼겹살이 곁들여진 포차 안주는 너무나 푸짐했다. 술맛을 당기는 안주거리다.

 

손님들은 이런 낭만의 술자릴 찾아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구성진 노랫소리, 뱃고동 소리와 기타 연주에 어울러져 들려왔다. 칸초네, 언덕위의 하얀집, 모르코의 카사블랑카에서 들었던 노래였다. 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쪽 포차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였다.

 

분위기와 정서에 민감한 내가 그 노래 소릴 듣고 가만있지 못했다. 노래의 근원을 찾아나갔다. 인근 낭만 포차에서 한 서양 여인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릴 한 여인이었다.

 

까사 블랑카

(언덕위에 하얀집)

 

언덕 위에 하얀 집이 있었지요.

낡아서 험하고 쓰러져가는 그런 집

나는 지나간 옛 기억을 위해

그 집을 다시 지어보려고 해요

벽난로와 안락의자와 꿈이 있었던

열여섯이나 열일곱 때 일이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어느덧 하얀 집의 기쁨은 사라지고

다 옛날일이 되어버렸지요

그 집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계셨고

온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했답니다.

그 집의 문을 닫아 걸은 건 미움이었지요.

아이들은 전쟁이 무엇인지 알까요

낡아서 험하고 쓰러져가는 그런 집

그때의 그 하얀 집은 지금은 가고 없답니다.

하얀 집의 기쁨은 사라지고

다 옛날일이 되어버렸지요

그 집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계셨고

온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했답니다.......

 

난 그녀 앞으로 다가섰다. 그녀는 노래를 끝내고 나를 바라보았다.

“참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여수 밤바다 추억과 잘 어울리는데요.”

“그러셨어요. 잘 들었다니 고맙습니다.”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여행객 같은데 어느 나라에서 왔습니까?”

“라스팔마스에서 왔어요.”

“아프리카 카나리아 군도 말인가요?”

“네, 여수 낭만포차가 라스팔마스 해변 카페와 같아요. 아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어요.”

 

“그렇군요. 저도 소설 구상하려고 라스팔마스에 간적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원양어선단이 있는 곳이잖아요.”

“라스팔마스를 아는군요. 반가워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나요?”

 

“여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이었습니다. 원양어선 선원이었거든요.

그런데 폭풍으로 돌아가셨어요.”

“아 저런, 참치 잡이 원양어선 선원이었군요?”

“네, 어머닌 포투갈 여인이고요, 아직도 어머니 라스팔마스 해변 카페에서 차와 술을 팔고 있어요.”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그녀 아버지가 라스팔마스의 한국 원양어선 선원인데 풍랑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닌 해변에서 카페를 경영한다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1970년대 만 하여도 수백 척의 한국의 대서양 원양어선단이 라스팔마스에 기지를 건설하고 참치를 잡아 외화를 벌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한국 선원이 5,000명이상 가 있었고 선원들은 그곳 여인들과 살림을 하여 4000명의 혼혈아를 낳았다. 그런데 원양어선이 철수하는 바람에 선원들은 돌아왔고 그곳에 남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1만 여명이 남았다.

 

아직도 그곳에 3000명의 한국인 혼혈아가 살고 있어서 마치 한국의 항구를 방불케 하는 곳이다.

 

“아버지가 여수출신 마도로스군요.”

“네.”

“아가씨 이름이 뭡니까?”

“이사벨입니다.”

“이사벨양, 우리 같이 자리해요.”

“좋습니다.”

 

여수 밤마다 포차에서 낮선 이국 여인과 소설가의 만남은 이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우린 어느새 합석을 하였다. 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긴 계속되었다.

 

“여수 밤바다 정말 낭만 있어요.”

“낭만 포차가 있어서 더욱 아름답지요.”

“어머니가 이 바다를 좋아했답니다.”

“어머니가 여수에도 왔었나요?”

“네. 아버지가 그리우면 1년에 한 번씩 꼭 찾아오곤 했어요. 지금 호텔에 계셔요.”

 

“호텔에 어머니가 계신다고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아 이 슬프고 가엾은 여인들을 어떻게 하랴. 사랑을 찾아 아버지를 찾아 여수에 온 모녀가 눈물 겹도록 감동이었다.

그녀가 여수밤바다 노래를 연주하였다. 나는 그녀의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

알 수없는 향기가 있어,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노래가 끝나고 그녀의 눈엔 눈물이 그윽하다.

 

노래가 끝나고 그녀의 눈엔 눈물이 그윽하다.

“어머닌 한잔의 술을 걸치며 바닷가에서 리스본의 파두를 불렀어요.”

 

“파두라면.... 혹시 ‘검은 돛배’말인가요?”

“네, 그 노랠 아세요?”

“남편 마도로스를 기다리는 여인의 노래잖아요.”

“맞아요. 어머닌 늘 아버지를 그리며 검은 돛배를 불러요.”

 

그녀는 어느새 검은 돛배 전주곡을 치고 있었다.

 

검은 돛배

노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아침에 추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모두들 무서워해요

난 해변에 쓰러져 있다가 눈을 떴죠

그때 당신이 나에게 말하고 있어요

내 마음 속에 한 줄기 태양이 비춰왔어요

당신의 눈은 나에게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바위와 커다란 십자가를 보았어요.

당신이 탄 검은 돛배는

밝은 불빛 속에서 너울거리고

당신의 지친 두 팔로 나에게

손짓하는 것을 보았어요

바닷가 노파들은 당신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미친 여자들이야! 미친 여자들이야!

난 나의 사랑을 알고 있어요

당신이 떠나버린 것이 아니란 것을......

사람들은 당신이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고 말하죠

난 나의 사랑을 알고 있어요

유리구슬을 강변에 뿌리는 것 같은 바람 속에

꺼질 듯 한 불빛 속에서 노래하는 물 위에

달빛은 따사롭고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배에서

내 마음엔 언제나 당신이 함께 있어요

아, 아, 난 나의 사랑을 알고 있어요.

 

그녀의 구성진 목청이 여수 밤바다에 울러 퍼지고 있었다. 포차에서 술을 마시던 주객들이 모두 우리의 포차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을 본 그녀는 더 구성지게 파두를 노래하였다.

 

그렇게 자정이 지나서야 포차에 손님들이 거의 사라질 즈음에 우린 헤어졌다.

 

“어머님을 뵙고 싶습니다.”

“시간이 없답니다. 김작가님, 꼭 다시 라스팔마스에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어머니를 뵙고 추억의 원양어선을 소설로 쓰고 싶군요.”

“약속해요.”

“이사벨양, 잘 가요.”

 

여름밤 낭만포차에서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는 사연과 사연이 많은 사람들과 돌아올 수 없는 선원들이 사랑에 울고 사랑에 가슴 아픈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추억을 그리는 낭만이 있는 곳,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 해물삼합에 누구나 위해 친구가 되어 인생을 노래하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곳. 한여름 밤의 여수밤바다, 낭만 포차에서 아무도 아닌 사람들이 만나 사연 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와 같이 아무도 아닌 그녀를 만나 깊은 사랑을 하고 싶다. 친구를 데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오면 더욱 좋은 곳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를 다시 찾으리라.

 

안녕, 이사벨, 라스팔마스에서 다시 만나요. <소설가 김용필>

 

▲ 여수 소호 동동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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