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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오후 7:05:27 입력 뉴스 > 사설&칼럼

김용필/ 금오도의 전설(원본)
“황금거북과 은어공주”



▲ 황금거북과 인어공주

 

1.

 

-누구, 은어공주를 본 사람 없나요.

푸른 솔잎 직포 옷을 입고

빨간 동백꽃 리본을 단 모자를 쓴

예쁜 공주를 본 사람 있나요?

험한 비렁길과 거친 바다를 헤매고 다니는

마법에 갈린 은어공주랍니다.-

 

여수 금오도 함구미 용두암 해저 동굴에 황금거북과 은어공주가 살고 있었다.

 

물이 들면 잠기고 물이 나면 드러나는 해저 동굴에 마법에 걸린 황금거북과 은어공주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이었는데 마법에 걸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같이 살고 있었다. 보름달이 뜨면 황금거북은 은어공주를 등에 업고 동굴 밖으로 나온다.

 

“물위 세상은 참 아름답지요?”

“부모형제가 보고 싶어요.”

은어 공주가 달빛을 보며 말했다.

 

“기다려요. 마법이 풀리는 날이며 부모형제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황금거북이 은어공주를 위로했다. 공주는 개성의 황궁으로 간 아버지와 언니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달님께 빌었다.

 

“아버지를 만나서 물어 볼 겁니다. 왜 나를 버렸느냐고?”

“사연이 있었겠죠.”

 

은어공주를 개성으로 가려는 것은 부모 형제를 만나는 것보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언니들이 나를 버렸어요. 그래서 개성으로 가려는 것 입니다.”

“공주님,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꼭 아버지를 만나게 해 주겠습니다.”

“이젠 포기를 하렵니다. 더 이상 왕자님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어공주가 숨이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몸이 부서져고 깨지더라고 공주님을 개성으로 보내 줄 것 입니다.”

 

은어공주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생이었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언니, 동생으로부터 학대 받은 것도 억울한데 무인도에 감금시켜 버린 비정한 혈육을 용서할 수 없어서 분통을 터뜨리며 오로지 복수의 일념으로 살았다. 죽을 목숨인데 거북 왕자님의 구원으로 목숨을 구했고 그의 도움으로 지금껏 같이 살아 왔던 것이다. 황금거북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였다.

 

“슬픈 사연이군요.”

“왕자님, 이젠 모든 것을 포기하렵니다.”

은어 공주가 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황금거북 역시 천년동안 마법에 걸려 동굴에 갇혀 살았다.

 

“왕자님은 왜 거북이 되었나요?”

“고려왕이 나를 죽이려고 해서 아버지가 거북으로 변신시켜 숨겼답니다.”

“왜, 고려왕이 왕자님을 죽이려고 했어요?”

“난 태봉국의 왕자니까요.”

“참, 우리는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군요.”

“왕자님, 왕자님의 아버진 누구십니까?”

“진례산 성황신 김총입니다. 난 태봉국 궁예대왕의 손자입니다.”

“뭐라고요? 궁예대왕의 손자라고요?”

“네, 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 금오도까지 왔나요?”

“왕건의 죽임을 피해 아버진 나를 마법에 묶어 동굴에 숨겨두었답니다.”

“왜, 왕건이 왕자님을 죽이려고 했나요?”

“내 조부 궁예가 그의 정적이었으니까요. 고려는 궁예의 나라입니다.”

 

황금거북은 김총의 아들이었다. 태봉국 궁예의 왕자인 김총은 왕건에게 태봉을 빼앗기자 신라로 들어가서 신라 남방 해역 방어사령부에서 견훤의 부하로 일했다. 김총은 이곳에서 낳은 아들을 고려의 왕위에 오르게 시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왕건의 힘에 밀려 그만 영취산에서 성황신으로 사라졌다.

 

그가 죽으면서 왕건의 보복이 두려워 아들을 거북으로 변신시켜 금오도 함구미 용암 동굴에 숨겨뒀던 것이다.

 

“그랬군요. 그런 말을 왜 한 번도 들려주지 않았나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이고 흘러버린 세월인데 말해서 뭘 합니까.”

“왕자님, 정말 인간으로 환생할 여지가 없나요?”

“네, 아버지가 풀어줘야 하는데 아버지를 만나지 못합니다.”

황금거북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우린, 둘 다 아버지 때문에 마법에 걸려 있군요......”

은어공주는 황금거북의 슬픈 이야길 듣고 안타까운 심기로 그를 위로하였다.

 

“정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언니 동생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까?”

“자식을 버린 부모이고 혈육을 바다에 버려 죽게 한 비열한 자매들입니다.”

“정말 죽이려고 했을까요?”

“아버진 임금과 왕자를 사위로 삼고 언니와 여동생은 왕비가 되었어요.”

 

은어공주 여천(汝泉)은 순천박씨 시조이며 고려 개국 공신인 순천 여수의 해상무역 왕이며 호족인 박영규의 셋째 딸이었다. 박영규가 견훤과 김총을 모사하여 후백제를 만들었으나 다시 후백제를 치고 왕건을 도와 고려를 건국하였다.

 

왕건은 그 공적을 크게 사서 박영규의 큰딸을 왕비로 맞았다. 그리고 둘째 딸과 넷째 딸을 아들 정종의 왕비로 삼았다. 문공왕후와 문성왕후가 그녀들이다.

 

박영규는 두 딸을 왕비로 만들면서 셋째 딸 여천을 죽이려고 하였다. 왕건의 아들 정종이 여천에게 반해 왕비로 삼으려고 하였으나 반대했고 마침내 그녀를 순천의 금오도 비렁의 동굴에 감금시켜 버렸다. 그가 셋째 딸을 왕비 책정에서 배제한 것 은 말 못할 슬픈 내막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자기 딸이 아니었다.

 

박영규의 세딸은 미색이 뛰어났다. 그중에서 셋째 딸인 여천은 천하에 제일가는 미색이었다. 정종이 반해 그녀를 사랑했다.

 

금오도 동굴에 감금 된 여천은 그곳에서 황금거북을 만났다. 황금거북은 그녀의 처지를 알고 거두어 용두암 해저 동굴에서 살게 되었다.

 

인간이었던 그들이 거북과 은어로 변해 애절한 사연을 알게 됨으로써 사랑이 더욱 싹트게 되었다. 그녀는 거북을 사랑했다. 그리고 거북도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육지로 나가려는 여천의 소망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바람이 거세게 억센 파도를 싣고 와서 동굴의 암벽에 부딪쳤다. 거북은 등에 업은 그만 은어공주를 바닷물에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가냘픈 비명을 지르며 공주는 물속에 잠겨 버렸다. 거북은 달려가서 허우적이는 은어공주를 끌어안고 다시 용두암 동굴로 들어간다.

 

그러나 은어공주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지 못한 울분에 젖었다. 언제나 보름날 새벽이며 황금거북은 깊은 동굴에서 은어 공주를 업고 나와 바다 건너 육지로 가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세찬 바람과 거친 물살에 행로를 멈췄다. 천년을 시도한 육로 행이었다.

 

늘 그녀는 보름달이 뜨면 용두암에 올라 먼 육지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뱃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은어 공주라고 불렀다. 은어공주가 나타나면 고기가 잘 잡혔다. 어느 날 은어공주 여천이 함구미 용두암에 올라 먼 육지를 바라보며 아버질 원망하고 있었다. 이때 까마귀 한 마리가 그녀 옆으로 날아와 앉았다.

 

 

“공주님, 은어 공주님,”

하고 불렀다.

“어디서 날아온 까마귀인데 나를 알아보느냐?”

“전, 고려국 개성에서 공주님의 마법을 풀어주려고 온 마법사 옵니다.”

“고려국 개성에서 온 마법사라고....누가 시켜서 왔느냐?”

“정종 임금이 보냈습니다.”

“정종 왕이....아직도 나를 사랑 한다더냐?”

“네. 기회가 되면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러나 난 지금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답니다.”

“누군데요. 혹시 황금거북입니까?”

“그렇다오. 개성에 부모님과 언니들은 잘 있느냐?”

 

“네. 그런데 정종 왕께서 은어 공주님의 마법을 풀어서 데리고 오라십니다.”

“임금께서 내게 걸린 마법을 풀어주라고 했어?” “네. 은어공주님을 개성으로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까마귀야, 내겐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요.”

“황금거북 입니까?”

“맞아, 난 그를 사랑해. 그래서 그를 두고 떠날 수 없어.”

 

“그래서 떠나야 합니다. 내가 공주님을 인간으로 환생 시킬 것 입니다.”

“싫습니다.”

“공주님, 잘 들으세요. 황금거북을 사랑해선 안 됩니다.”

“왜? 그는 나를 살려준 은인이야.”

“사실은 공주님과 황금거북님은 어머니가 같고 아버지가 다른 남매랍니다.”

 

“뭐라고? 황금 거북님이 나와 피를 같이한 형제라고?”

“네. 공주님의 오빠이옵니다.”

“뭐라? 그게 사실이냐? 박영규 장군이 내 아버지가 아니란 말이냐?”

“영취산 성황신 김총이 바로 공주님의 아버지 입니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녀는 박영규의 아내와 김총과의 불륜으로 낳은 딸이었다. 그래서 박영규는 셋째 딸에게 마법을 걸러 은어로 변신시켜 금오도 비렁 동굴에 가두어 버렸다.

 

“까마귀야, 황금거북의 마법을 풀어서 우리 같이 개성으로 가게 해다오.”

“그것은 안 됩니다.”

“이유가 뭐냐?”

“거북님이 고려에 가면 죽습니다. 그는 궁예의 손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김총이고 어머니가 박영규의 아내였다. 은어공주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사랑하는 남자, 그렇게 사랑하는 연인이 오빠일 줄이야. 기가 막혔다.

 

“제가 공주님의 마법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싫다.”

은어 공주는 눈물을 글썽이며 거절하였다. 그때 였다. 성황신 김총이 나타났다.

“네 이놈, 감히 내 딸을 데리고 가겠다고, 비밀을 안 이상 살려둘 수가 없다.”

 

까마귀는 놀라서 그녀를 두고 북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까마귄 바다를 넘지 못하고 돌산섬 임포에서 죽었다. 김총이 마술 할머니를 죽인 것이다.

 

성황신 김총은 마귀 까마귀를 죽이고 금오도로 갔다. 아버지가 성황신 김총이란 사실을 안 은어공주는 그날 밤 용두암에 올라 오빠를 사랑하고 남편으로 맞은 죄책감에 견디지 못해 바다로 몸을 던졌다. 자결을 한 것이다.

 

2.

황금거북은 은어공주가 자결했다는 말을 듣고 용두암에 올라 슬피 울며 은어를 불러댔다. 그 울부짖는 소리가 파도를 타고 온 섬 안에 퍼졌다. 김총은 자결하려는 딸을 건져 올렸다.

 

“내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내가 네의 아버지란다.”

은어공주가 의식을 회복했다. 그리고 성황신 김총을 바라보았다.

 

“성황신이시어, 당신이 나의 아버지라고요?”

“그렇단다. 황금거북은 너의 오빠란다.”

“아닙니다. 난 고려의 재상 박영규의 딸 여천입니다.”

“아니다, 네가 내 딸이기에 박영규가 너를 버렸다.”

“난 김씨가 아니고 박씨입니다.”

“여천아, 넌 태봉국 공주이고 황금거북은 태봉국의 왕자란다.”

“그런데 왜 황금거북을 마법에 걸어 버렸나요?”

“그가 태봉국의 왕자라는 것을 알았으며 고려왕이 황금거북을 죽였을 것이다.”

 

“아무튼 난 성황신의 딸이 아닙니다. 그리고 황금거북을 사랑합니다.”

“너희는 사랑할 수 없는 운명이란다.”

“싫습니다. 난 성황신, 당신이 싫습니다.”

은어공주는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딸아, 내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황금거북이 김총을 찾아왔다.

“아버지, 은어공주에게 무슨 짓을 하나요?”

“너와 은어공주는 남매란다.”

“그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난 그녀를 사랑합니다.”

“아들아.......너희는 이루지 못할 사랑이란다.”

“성황신이시어, 나를 마법에서 풀어주십시오.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아들아, 아직은 때가 아니다. 통일이 되면 그때 마법을 풀어줄 것이다.”

“그때가 언제냐고요?”

“아들아, 내 아들아, 태봉의 왕자야, 기다려야 한다.”

 

3.

바람아 불지 마라,

파도야 치지마라,

우리 님 가는 길에

소리마저 내지마라.

 

 

황금거북은 은어공주를 찾아 나섰다. 비렁길을 돌고 섬을 빙빙돌며 그녀를 찾았으나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공주, 어디에 있나요? 마술쟁이말도 성황신의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금오도의 바람은 거세기로 유명했다, 바람이 세차게 송림을 흔들고 대숲을 눕히고 있었다. 동백나무 잎새가 바람을 맞아 유난히 반짝거린다. 검푸른 바다가 요란한 소릴 내며 출렁대고 있었다.

 

오늘도 많은 비렁길 트래킹 손님들과 갯바위 낚시꾼들이 여수에서 자고 이른 아침 배를 타고 금오도를 찾고 있었다. 대부분 젊은 남녀 산악인들과 비렁길 트래킹을 즐기는 연인들이었다.

 

마침내 뱃고동을 울리며 연안 여객선이 도착하였다. 금오도 비렁길을 트래킹하는 여행객들이 배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때 황금거북이 긴목을 내밀고 기다리기나 한 듯 동백나무 숲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와 트래킹 손님들 앞을 어정거리고 있었다. 젊은 남녀 등산객들이 황금거북을 보고 달려들었다.

 

“야, 거북이다. 황금거북이다. 금오도의 터줏대감 황금거북이다.”

젊고 잘 생긴 한 청년이 말했다.

 

“웬 거북?”

아가씨가 물었다.

 

“마법에 걸린 황금거북인가봐.”

“금오도의 전설에 나오는 거북인가?”

아가씨가 거북의 등을 매만지며 감탄을 자아냈다. 황금거북이 말했다.

“아가씨, 나를 비렁 길로 안내해줘요.”

 

“우린 트래킹 하는 바쁜 사람들이어서 거북님과 보조를 맞출 수 없어요.”

“알아요. 부탁입니다. 내동생을 찾아야 해요.”

황금거북은 죽었다던 은어공주가 직포의 해변에서 떨고 있다는 것이었다.

 

“직포라면 비렁길 제3코스잖아요.”

“네, 그곳에서 은어공주가 떨고 있어요.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 줘요.”

“죄송해요, 갈 길이 바빠서 같이 갈수 없어요.”

 

젊은 남녀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떠났다. 모든 사람들이 떠났다. 황금거북은 부두에 앉아 다음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힘으로 험한 비렁길을 갈수가 없어서 관광객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4.

직포해변엔 천년 묵은 해송들이 울창하게 늘어서 있었다. 선녀들이 해송 잎으로 직포를 짜는 동네였다. 물고기의 낙원이라 낚시꾼들이 배를 타고 와서 암벽 사암에 자리 잡고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해송이 우거진 비렁길 동백나무 숲에서 어여쁜 기러기 한마리가 움쿠리고 앉아 떨고 있었다. 길 잃은 기러기였다. 동료들은 다 북쪽으로 날아갔는데 길 잃은 기러기가 다친 날개를 퍼덕이며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었다. 기러기가 낚시꾼을 불렀다.

 

“아저씨. 추워요. 그리고 배고파요. 제게 먹을 것을 좀 주세요.”

“이 겨울에 웬 기러기야? 저런 추운 날씨에 여름옷을 입고 떨고 있네.”

“아저씨, 길을 잃었어요. 저는 은어인데 마법에 걸려 기러기가 되었답니다.”

 

“불쌍해라. 그래서 길을 잃고 해매고 있군요. 이리로 내려와요.”

“오빠를 찾으러 왔다가 돌아가지 못했어요. 저의 오빠는 황금거북이랍니다.”

“황금거북이라고 했나요? 여천 여객선 부두에 황금거북이 앉아 있었어요.”

 

“여천 부두에 있었다고요?”

“아저씨, 오빠를 만나야 해요. 여천 부두라고 했지요.”

“그런 몸으론 못가요. 저녁에 우리가 데려다 주겠어요.”

 

낚시꾼은 은어공주에게 두꺼운 옷과 먹을 것을 내놓았다. 은어공주 여천은 허겁지겁 낚시꾼이 내준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아저씨, 무서워요, 추워서 죽을 것만 같아요.”

낚시꾼은 은어공주 기러기를 침낭 속에 넣고 몸을 녹이게 하였다.

“고마워요, 아저씨.”

은어공주 기러기가 배불리 먹고 침낭 속에서 잠이 들었다.

 

5.

비렁길 낚시꾼들이 황금거북을 배에 태워 직포로 데리고 왔다. 그런데 직포의 해송 숲에 황금거북은 없었다.

 

누가, 은어공주를 못 봤나요?

추운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동백꽃술을 단 모자를 쓴

그녀를 못 봤나요?”

황금거북이 비렁길을 걷는 관광객과 낚시꾼들에게 물었다.

 

“은어공주가 누군데요?”

“마법에 걸린 공주랍니다. 원래는 태봉국이 공주인데 후백제로 왔다가 고려의 태자비가 될 뻔한 여자지요.”

“그런 공주가 왜 금오도에서 살아요?”

“마법에 걸렸다니까요?”

“황금거북은 왜 그녀를 찾고 다녀요?”

“사랑하는 여인이거든요.”

“그런데 은어공주와 황금거북은 남매라던데요.”

“이루지 못할 금기된 사랑이라서 그녀가 집을 나갔어요. 그녀를 찾아주세요.”

 

관광객들이 한마디씩 하였다. 은어공주가 비렁길에서 쓰러져 있었어요. 은어공주가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어요. 은어공주가 기러기로 변신했어요.

 

“기러기로 변신 했다고요?”

“네, 길 잃은 기러기를 수리 매가 채 갔어요.”

“수리매가 채 갔다고요. 그곳이 어딘가요?”

“안도로 가보세요”

 

황금거북은 기러기로 변신했다는 은어공주를 찾아 안도로 찾아갔다. 그러나 안도에도 은어공주는 없었다. 마술사 수리 매는 공주의 마법을 풀어 개성으로 데리고 갔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황금거북은 오늘도 험한 비렁길과 거친 바다를 맴돌며 공주를 찾고 있었다.* <김용필 소설가/ 현 서울마포문인협회 회장>

 

▲팔마포럼. MI콜렉션 모델클럽. 남면재경향우회 공동으로 금오도 송고 현지애서 "황금거북과 인어공주" 공연(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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