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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2 오후 8:18:11 입력 뉴스 > 사설&칼럼

(김용필/남해안시대 6)
여수 “안도의 연인”



▲ 김용필 소설가
 내가 남쪽 바다 먼 그 섬에 가려는 것은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안도는 여수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여 가야 하는 섬이다.

 

거무섬(금오도)에서 연륙교를 타고 넘으면 바로 기러기 섬 안도에 도착한다. 멀리 솔개섬(연도)이 두 날개를 쭈삣 접고 안도를 향하여 공격을 할 것 같은데 안도는 마냥 평화로운 기러기 모습으로 푸른 바다를 포용하고 있었다.

 

어떤 일인지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도 안도에 이르면 세찬 기세가 꺾여 잔잔한 호수의 바다가 되어 버린다.

 

그런 그곳에 그녀가 나를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었다.

홍요석, 내가 그녀를 찾아 여수로 왔다. 그녀는 여수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 연도에 살고 있었다. 여수에서 배를 타고 돌산도를 지나 금오도 여천 항에 도착하면 비렁길과 드라이브 길이 나온다.

 

여객선에 탑재한 승용차를 내려 비렁길이 아닌 금오로 드라이브 코스를 택해 유성리 해변을 돌아 대유, 소유, 우학리 면사무소를 지나 우실포를 내달리면 장지에서 안도로 가는 연륙교를 만난다. 연륙교를 타고 들어 넘으면 바로 그곳이 홍요석이 사는 연인의 집 유구별장 에 이른다.

 

아름다운 안도, 섬 안에 바다호수가 있는 이상적인 섬이다. 안도는 남해 바다 먼 곳 섬인데 신석기 때부터 사람이 많이 거주하였고 신라 말 장보고가 청해진에서 동북아 해상 무역을 장악할 때 중국과 신라, 일본으로 가는 해상 무역선의 중간 거점 항이었던 곳이다.

 

일본의 승려 엔지가 당나라로 불경 공부를 하러 갈 때 장보고의 무역선을 이용했는데 무역선장 김진 장군이 그를 태우고 안도에 와서 잠시 머물렀고 그가 구법 공부를 하고 돌아올 때 다시 안도에서 여장을 풀고 ‘입당구법 순례기’ 초안을 작성 하려고 머물렀던 무역선의 보류 항구였다.

 

그렇게 번창하던 안도가 고려 때 왜구가 판을 치는 바람에 공도의 섬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위풍은 사라졌으나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남아 있었다. 아무튼 안도는 자연 풍광과 기후와 먹을거리가 풍부해서 사람이 살기가 좋았던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섬은 아름다운 고도이다.

 

그 섬에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살고 있었다.

나는 안도에 도착하여 그녀가 살고 있는 별장을 찾아 나섰다. 섬을 샅샅이 뒤질 셈이었다. 안도 항에서 서쪽으로 돌아 김진의 신라해상 무역항인 이아포 만을 둘러보고 두룽여 해변을 나와 상산동 남고지에서 동쪽 해변을 향하여 내달리면 황금백사장이 우아한 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 뒤에 동고지 해벽이 웅장하게 가로 막는다. 그러나 그녀가 사는 유구 별장은 없었다. 섬을 한바퀴 돌아 다시 안도항에 다다랐는데 항구의 안쪽으로 커다란 호수가 보였다. 바다가 섬 안을 깊이 파고든 리아스식 해변이 잘 발달한 해변이 호수 같은 바다를 품고 있었다. 이상향, 아 저곳이다. 저 호수의 해변에 그녀의 유구 별장이 있을 것 같았다.

 

안도 파출소에서 해변을 끼고 가는데 초등학교가 나왔고 조금 더 가니 작은 중학교가 나왔다. 호수 해변을 돌아오는데 유구 별장은 없었다. 그때였다. 안도항에서 바라보이는 언덕에 내가 찾는 유구 별장이 넓은 터를 아울러 앉아 있었다. 그녀가 사는 별장이다. 별장은 연도의 리아스식 해변의 펜션가에 있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유구 별장을 향하여 달려갔다. 그녀가 있었다. 그러나 난 민망한 상황을 보고 말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사랑에 취한 그녀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정열적인 키스를 하고 있었다. 유구 별장의 사토질 토방에서 발가벗은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와 가슴과 얼굴을 맞대고 힘찬 포옹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황홀했다. 난 민망스러움에도 눈을 돌리지 않고 아름다운 성애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가비 팔치를 낀 남자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매만지고 흑요석 반지를 낀 여인은 깍지 손으로 남자를 부둥켜 않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열정의 동작이 지속된 후 그들은 둘로 갈라져 누워 열정이 끝난 애무의 자세로 손을 잡은 채 누워 있었다.

 

나는 계속 5색층 씨트에 누워 있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안의 분위긴 사뭇 애욕을 돋우는 분위기였다. 5색 씨트는 황색과 흑갈색, 암갈색, 황갈색, 백색의 조화로 너무나 색정적인 분위길 자아냈다.

 

발가벗은 남녀는 열정이 끝난 후에도 계속 정사 뒤에 애무를 즐기고 있었다.

난 그녀 앞에 바짝 다가섰다.

“홍요석, 나야 이정춘,”

그녀가 깜짝 놀랐다.

“오랜만이네. 그런데 어쩐 일이야? 네가 이곳에 왜.....?”

“보고 싶어서 왔지.”

“아직도 그 소리야, 내가 뭐랬어. 끝난 사이 아닌가? 이제는 나를 잊으라고 했잖아. 그런데 아직까지 미련을 두고 있다니.”

“그게 마음대로 잊어지는 일이야?”

“난들 어쩌라고, 난 그런 한가한 너와 사랑 이야길 나눌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

“3년만 기다리라고 해잖아. 그런데 4년이 지냈어.”

“말했지, 사랑이 식었으니 잊으라고 했잖아. 난, 너란 남자를 잊었어.”

요석은 냉정하게 돌아서서 유구 별장으로 돌아갔다.

 

안도의 연인, 그녀의 별장은 패총이었다. 그녀는 신석기 패총이 뒤덮인 조개묻이 별장에서 1만년을 살고 있는 여인이었다. 신석기 사람들이 살았던 토굴과 조개껍질 동산은 패총으로 묻혀 버렸다. 그녀는 바로 그 패총 안 토굴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살고 있었다.

 

그 패총 안에 누워 있는 연인은 신석기 때 살았던 연인이었다. 아직도 그들은 패총 안에 화석의 유구로 남아 있었다. 사랑이 교감한 흔적이 선명한 자태로 누워 있었다.

 

천외 고도인 안도에 패총이 있었다. 참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그때의 인간이 패총 속에 유구로 남아 있었다. 어떻게 신석기 때 사람들이 이 먼 안도에 와서 살았을까?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조개껍질 패총 속에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드러났다.

 

그들은 조개를 캐먹고 껍질을 한곳에 쌓아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어 세월의 압력을 받고 패총이 되었다.

 

안도엔 엄청난 패총이 있고 그 속에 사람의 유구가 발견되었던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소위 ‘안도 패총 유구’라는 것이다. 난 그 패총 유구에 매료되어 있었다.

 

고대 신석기 사람들은 먹이가 풍부한 바다를 낀 해변이나 섬에서 살았다.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다도해는 바로 신석기 이후 사람이 가장 많이 살던 곳이다. 그런데 의문은 어떻게 이 먼 섬으로 사람들이 이동을 했을까?

 

사람의 지혜는 지금이나 원시인이나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자연에 적응하는 지혜는 현세 인간보다 원시인이 더 해박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 발달이 해안을 끼고 발달했다는 것은 먹거릴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이유 같았다.

 

안도의 연인, 난 그 연인을 만나려고 그 오랜 세월을 주저했는데 비로소 남해 고도 안도에서 그들을 만났다. 안도의 연인, 내안의 질투가 솟구쳤다. 날씬한 몸매, 아름답고 예쁜 얼굴. 미소를 듬뿍 안은 모습, 사랑하는 그녀를 보는 순간 난 안도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여수로 돌아오는 뱃길에서 사랑에 취한 그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안도의 연인, 그러나 난 그녀를 혼자라도 사랑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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