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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6 오전 11:16:23 입력 뉴스 > 사설&칼럼

(김용필/가을동화) “가을의 끝자락에 선 청량산 봉화 외씨 버선길”



돌아 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 경북 봉화군 청량산 단풍

 

코레일 관광 기차를 타고 중앙선을 달리며 저무는 가을의 들녘을 만끽하는 외씨버선 트래킹은 한국적 시골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여행이었다.

 

마지막 특별기획 단풍 여행인 봉화 외씨버선 트래킹에 어렵게 동참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중앙선 열차를 타고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훑어가는 정한에 취해 있는데 기차는 어언 양평을 지나 단양에서 원주를 향해 가고 있었다. 창밖의 가을은 산악으로 갈수록 겨울로 변하고 있었다. 단풍 나들이인데 아름다운 단풍은 이곳에선 이미 사라지고 나뭇가지엔 고엽만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단풍만큼이나 지는 잎새가 아름다웠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증일까, 그렇게 마음마저 스산해지는데 말라져 가는 잎새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었다.

 

추수가 끝낸 산간 들녘엔 겨울을 날 소여물 준비에 바쁘고 논엔 하얗게 압축된 볏짚 둥치로 논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비탈 고랭지 배추밭엔 수확하고 밑동만 남은 바닥에 새로운 파란 생명이 움틀고 있었다.

단풍은 나뭇가지 끝에 고엽으로 매달려 애처롭다. 차창 밖으로 전개되는 가을의 풍치가 한편의 동화 같았다. 기차는 원주를 지나 소백산 영주와 풍기에서 봉화로 내달리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산행이 아니고 들녘 트래킹이었다. 봉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지에 속하는 심산구곡 청정의 산간마을이다. 원시림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조각 해 낸 힐링의 외씨버선 길이다. 둥글고 매끄러운 참외 씨 같은 굴곡을 걸어가는 행로가 너무나 행복했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외씨버선 들녘에서 잠시 추억을 들출 수 있었다.

 

1. 청량산 하늘다리에서 떠나는 가을을 만난다.

 

청량산은 해발 890미터의 푸른 사철 송림과 단풍이 어우러진 기암명산이다. 청량사는 자소봉과 연화봉 아래 선 천년 고찰이인데 신라 명필 김생이 공부한 절로 유명하며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거하며 남긴 ‘유리보전’이 유명하다.

 

청랑산 산행은 절 입구에서 청량사에 올라 김생 굴 을 지나 최고봉인 자소봉에서 문필봉을 지나 하늘 구름다리를 건너 장인봉에 올라서 내린다. 청량산 산행은 시작부터 끝까지 890미터 70도 경사 외길을 걸어 오르기에 숨이 차고 다리에 무리가 온다. 그러나 하늘다리에 올라야 만 청량산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어서 힘들게 오른다. 역시 청량산은 낙동강 상류천이 휘감아 도는 굽이에 기암이 신선 같이 솟아오른 명산이었다.

 

하산 후 숙소에서 짐을 풀고 봉화의 명품 식사를 즐기며 피로를 푼다. 봉화는 오지어서 어디를 가나 식당이 없다. 그나마 읍내나 관광지엔 송이버섯 전골과 한우 송이구이와 돼지 두루치기, 솔잎 불고기와 동동주를 파는 식당이 있다.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2. 봉화 외씨버선 트래킹에 힐링을 즐기다.

 

다음 날은 본격적이 외씨버선 트래킹이다. 외씨버선 길은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 군에서 각각 40킬러미터 구간을 개발하여 총합 170킬로미터로 연결되는 14 힐링 트래킹 길을 통 털어 말하는데 그중 일부만 개통 되었다.

 

제1길부터 3길은 청송 외씨 버선길인데 주왕산을 기점으로 달기약수탕길, 슬로시티길, 김주영 객주길이 있고 4길부터 7길은 영양의 41킬로미터 구간인데 장계향 이문열 길, 오일도 시인의 길, 조지훈 문학길, 치유의 길이며 8길부터 10길은 청량산 외씨버선 구간인데 보부상길, 춘양목 솔향기길, 약수탕 길이고 11길부터 14길은 영월 구간인데 마르금길, 김삿갓 문학길, 관풍헌 가는 길을 망하다.

 

외씨버선 길은 조지훈님의 시 승무에서 따온 이름이다.

 

승무(僧舞)

 

얇은 사 하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 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조지훈-

 

봉화 외씨버선 트래킹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좋은 사람과 이 길을 걸으면서 추억과 낭만과 사랑을 말하고 우정을 확인 교감하는 가장 자유롭고 편한 시간을 즐기는 길이다.

........돌아 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약수탕 길은 봉화읍에서 멀지않은 곳에 다덕 약수터를 감아 도는 계곡 구간인데 철분을 토하는 약수가 철철 솟구친다. 그리고 인근은 봉화 은어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봉화 트래킹의 정수는 보부상 길이다. 이 길은 보부상들이 오갔던 산골길이다. 보부상 길에서 우린 한국 농촌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논길을 따라 사과나무 들녘을 돌아가는 트래킹이었다. 사방의 산악이 낙엽송과 청송으로 어우러진 들녘 길을 걸어가는 묘미는 어디다가 비길 데가 없었다. 텅 빈 논, 수확을 끝낸 사과 농장엔 까치밥 사과가 덩그러니 계면쩍은 표정으로 남아있고 실개천 사이로 하얀 갈대가 하늘대는데 서리에 말라버린 고추밭과 호박덩굴엔 자라다 만 호박이 아직도 달려 있었다.

 

옥수수 깡 말린 잎새가 소란스러운데 당귀 뿌리에선 허부향이 짙게 풍기고 잎이 다 떨어진 호두나무가 길을 따라 죽 열병을 지어 손님을 맞는다. 매운맛이 바싹 오른 청무우 밭과 김장 배추밭, 잎이 떨어진 감나무엔 빨간 감들이 주렁주렁 달렸고 길을 따라 추수 끝낸 들깨와 참깨 콩깍지가 쓸쓸한 바람에 바삭거리고 있었고 고암나무엔 검게 말라버린 고암이 고즈넉하다.

 

해설가는 백두대간의 태백을 바라보며 봉화를 노래하듯 읊어댄다.

외씨버선 길은 어느덧 춘양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곳이 문수산 금강 송의 군락지로 우리나라 금강송의 최다 생산지이다. 70년 전 만 해도 춘양역에서 춘향목이 연방 베어져 실려지고 있었단다.

 

춘양목은 금강송인데 춘향 면에서 난다고 춘양목이라 부른다. 춘양목은 궁전을 지을 때 기둥과 다른 건축 자재로 쓰이는 고급명품 소나무다. 춘양목 군락지엔 국보 명찰이 붙은 700여 구루가 보호되고 있었다. 높이는 40여 미터 80여년 생이란다. 앞으로 이곳 춘양림 외씨버선 길엔 한국적 사파리가 구성되어 호랑이를 자연 방생 한다는 것이다. 원래 이곳에선 한국산 호랑이가 번식하던 곳이었다.

 

바로 이 길은 경북 산간지역 보부상들이 강원도 영월을 오가며 장사를 했던 곳이다.

 

3. 백천동 계곡

 

원시림 속을 걸으면서 계곡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봉화에서 태백으로 가는 높은 고개를 넘으면 청옥산 계곡이 나온다. 바로 그곳이 백천동 계곡이다. 이곳은 바로 사북에서 태백으로 오르는 기찻길이 있는 곳인데 백천동 계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지의 깊은 계곡이다. 마치 대관령을 넘는 듯한 해발 900미터 고개를 넘으면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청옥산 자락이 나온다. 이곳에서 태백을 넘으며 울진에 이른다. 백천 계곡엔 현불사란 사찰이 있는데 천리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선경지명을 예언하는 도인 설송 스님이 거하는 도량처이다.

 

고산준령을 올라 넘어 들어간 백천계곡엔 한참 봉화에서 태백과 울진으로 이어지는 터널 공사가 산허릴 자르고 있었다.

 

아무튼 백천계곡은 원시의 숲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무량수전의 도량을 닦을 수 있는 심산구곡이었다. 이렇듯 봉화의 외씨버선 트래킹은 도시인들이 복잡한 현대문명의 이기를 떠나 한번쯤 가져 볼만 한 여행인 것 같다. <전남 여수출신/소설가 김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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